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거대한 우주선이 폭발할 때 웅장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전투기가 지나갈 때 굉음이 들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주에서는 이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영화적 재미를 위한 연출일 뿐, 과학적으로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오늘은 우주 소리 안 들리는 이유를 3가지로 나눠서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 소리는 매질이 있어야 전달된다
소리가 우리 귀까지 전달되려면 반드시 ‘매질’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질이란 진동을 옆으로 옆으로 전달해주는 물질을 말하는데, 우리가 평소 듣는 소리는 대부분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달됩니다. 누군가 말을 하면 성대의 진동이 공기 분자를 흔들고, 그 흔들림이 연쇄적으로 퍼져나가 결국 우리 고막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물속에서도 소리가 전달되는 이유는 물이라는 매질이 있기 때문이고, 공기 중에서보다 물속에서 소리가 더 빠르게 전달되는 것도 매질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이런 매질이 거의 없는 진공 상태에 가깝습니다. 진동을 전달해줄 물질 자체가 없으니, 소리라는 파동이 만들어지고 전파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빛은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우주에서도 보인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소리는 안 들리는데 빛은 왜 우주를 통과해서 지구까지 도달할까요? 그 답은 소리와 빛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파동이라는 데 있습니다.
소리는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탄성파에 속하는 반면,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는 매질이 없어도 전파될 수 있는 비탄성파입니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어내며 진동하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태양빛이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을 지나 지구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원리 덕분입니다. 즉 우주에서 폭발 장면을 보는 것은 가능해도, 그 폭발음을 듣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셈입니다.
세 번째 이유: 그럼에도 우주에 소리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우주가 완전한 진공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물질 중 99퍼센트 이상이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플라즈마는 이온과 자유전자로 구성된 물질의 한 형태로, 아주 희박하긴 하지만 매질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태양풍처럼 소립자들이 방사되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경우, 이 소립자들의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내고 전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우주 탐사선을 이용해 태양풍이 만들어내는 신호를 감지한 뒤, 이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주 탄생의 흔적인 우주 배경 복사까지도 소리로 바꾸어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우주가 완전히 적막한 공간만은 아닌 셈입니다. 다만 이런 소리는 우리 귀로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과학 장비가 감지한 신호를 인위적으로 음파 형태로 변환한 것이라는 점은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SF영화는 왜 굳이 소리를 넣을까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대부분의 SF영화가 우주 전투 장면에 소리를 넣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리 없는 우주 전투 장면은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고 만든 우주 장면을 시험적으로 선보인 적도 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연출을 택하는 셈입니다.
사이언스타임즈에서도 진공 상태와 소리 전달의 원리를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사이언스타임즈 – 전자기파로부터 듣는 우주의 소리를 참고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주비행사는 그럼 어떻게 소통할까
실제 우주비행사들도 우주선 밖에서 활동할 때는 서로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없습니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 유영을 할 때, 두 사람의 헬멧이 직접 맞닿기라도 하면 진동이 전달되어 아주 미세하게 소리가 들릴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무전기 같은 전자기파 통신 장비를 이용해 대화를 나눕니다.
목소리를 전자 신호로 변환해서 전자기파에 실어 보내고, 상대방의 헬멧에 있는 수신 장치가 이를 받아서 다시 소리로 바꿔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우주비행사들의 대화도 앞서 설명한 전자기파의 원리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통신 장비가 없다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마치며
우주가 정말로 소리가 안 들리는 곳이라는 사실 하나에도 이렇게 흥미로운 물리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매질이 있어야만 전달되는 소리와, 매질 없이도 전파되는 빛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왜 우주가 시각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청각적으로는 완전히 침묵하는 공간인지 명확해집니다. 지난번 다룬 블랙홀에 빠지면 벌어지는 일처럼, 우주라는 공간은 알면 알수록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우주 영화를 보실 때는, 저 웅장한 폭발음이 사실은 과학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소리라는 사실이 떠오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우주비행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신다면, 저들이 나누는 대화가 사실은 목소리가 아니라 전자기파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